이 책을 읽다 보면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살아온 발자취가 독자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여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마다 주제를 가진 총 35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선경의 수필집 《변화의 시작》은 꿈 많던 소싯적 시절과 장년기의 경륜과 다가올 여생을 조합한 정체성을 모색한다. 세월을 합치고 모든 삶의 조각을 엮어 진정한 미래를 건축하려 한다. 변화의 시공으로 귀환하려는 동기는 초시간적 영역에서 살려는 저자의 소망에 일치한다. 그 초자아가 “시작의 변화”를 이루어 낸 결실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변화의 시작과 시작의 변화만큼 김선경 문학의 진수를 알려 주는 담론이 없다.
그 변화의 바닥에는 늘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었다. 다듬질하는 어머니, 흰 고무신을 냅다 던지던 어머니,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릴 거라며 빗자루를 들고 쫓아오던 어머니. 그 극성 덕분에 천둥벌거숭이였던 그는 손자를 가진 할아버지가 되었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독자도 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변화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김선경의 글은 흡인력이 강하다.
머리말
제1부 뒷산 호박꽃
회춘
뒷산 호박꽃
개구리복의 추억
인자요수
납량 특집
별의 노래
지룡 애사哀詞
억새의 손짓
눈의 연가
제2부 신병 인수
변화의 시작
부산 지킴이
망우가亡友歌
신병 인수
비사秘事
설밑 하루
꽃나무 연상聯想
천진불
불면의 새벽
제3부 참살이 셰프
어설픈 이야기꾼
참살이 셰프
어머니의 반려견
점괘와 글 길
신동의 조건
기러기 할배
특유재산
유비무환
조마이섬
제4부 저승 탐방
세상이 왜 이래
엽낭게야 잘 가
문도를 찾아서
순장 애곡
저승 탐방
도롱뇽의 승천
불멸의 명화
둥지
작품 해설
인생을 재점화하는 김선경 수필의 미학 - 박양근(문학평론가, 부경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