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 그리고 또 많은 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 길들이 얽히고설키어 세상을 이루고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살아가고 있다.
길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생이 곧 길일 것이다.
선조들이 살아온 길,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온 길,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온 길.
나는 그 길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쫓아가며 이 소설을 쓰고 있다.
험난한 전쟁의 역사 속에 살아온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는 길을 따라가며.
수정은 부지런히 길을 가고 있다. 살아가야 할 길이다. 그녀는 가슴이 뛴다. 두려움만은 아니다. 기쁨과 희망도 있다. 이 땅에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낯선 땅 한국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이곳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고통의 날들 속에서 삶의 길을 찾아 왔다. 알 수 없는, 그래서 혼란을 겪었던 날들이다. 절실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이 왜 그토록 가혹하게 변질되었는지 알 수 없다. 김대화(金大和), 지금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있는 곳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올지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다른 나라 사람으로 대하면 될 것이다. 전연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으로. 다만 그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그래야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다. 돌발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매번 오는 사람들이 다르고 그들 또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습으로 나갔을 때도 그랬었다. 그러나 그때는 미스터 장이 잘 처리해 주었다. 그와는 전연 다른, 마음이 넓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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