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 오늘을 빗살은 시와 함께 나아가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길로 가야 훌륭한 시를 쓸지 늘 고민하면서, 가장 훌륭한 시는 쓰여지지 않았기에 시로의 여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 <권두언> 중에서
2009년 여수에서 첫 발걸음을 디딘 빗살문학은 꾸준히 항해하고 있습니다. 회원이 바뀌고 거주지가 바뀌어도, 비록 온라인으로 얼굴을 보아도 시는 씁니다.
시인의 사전적 의미는 시를 전문적으로 짓는 사람입니다. 1집 때는 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덤벼들어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이론이 쌓여갈수록 시 쓰기가 멈칫합니다. 이건 빼야 하고 이건 넣어야 시의 맛을 살린다고 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조미료를 듬뿍 뿌린 시가 탄생합니다.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게 시 쓰는 작업이라고 기성 시인들은 말합니다.
시가 안 써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핑계가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기에 시가 안 써진다고 하고, 갑작스런 사건에는 정신이 없어 시가 안 써진다고 말합니다. 시는 잘못이 없습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서서히 불러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내가 원해서 친구가 되었는데, 친구를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시와 친해지려 하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코로나로 잠시 쉬었던 6월 6일 ‘빗살의 날’, 남편의 여수 출장과 맞물려 여수 회원들이 서울로 모였습니다. 3년 가까이 보지 못한 빗살 회원들과의 수다는 시평과 더불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잠자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깨어나도 부끄럽지 않은 오래된 식구들!
다음날 김수영 문학관에서 김수영 시인과 마주했습니다. 살면서 얼마나 온몸으로 시를 썼는지, 지식인으로서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라며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말합니다.
온몸을 다해 밀고 나가려면 온 맘을 다해 시에 정진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를 쓰는 사람과 시인이 다른 이유는 얼마나 온몸과 온 맘을 바쳐서 시를 쓰느냐의 차이입니다.
- <권두언> 중에서
권두언
이연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초대시
이민숙 내 생애 최고의 날
회원시
- 시
김영아 먹이사슬 외 3편
김용자 이태원의 흰 국화들 외 4편
서혜정 먼나무 외 6편
오미숙 미평거리 외 6편
윤선미 절정 외 5편
윤재남 발바닥 논바닥 외 1편
이연욱 침투(浸透) 외 4편
- 동시
송경숙 큐빅 책꽂이 외 4편
시집감상평
윤재남 일상이 상냥한 시로 태어나고
-강회진의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를 읽고
수필
김영아 몽돌이 좋아
김용자 딸, 어머니 여정
서혜정 힘 빼는 기술 외 1편
양자형 고운 씨, 또 갈게요
오미숙 초도 여행
송경숙 뼈를 단단히 세우신 아버지
영화감상평
이연욱 Who?
-영화 <더 파더(The Father)>를 보고
송경숙 영혼을 울린 피아노 연주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