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시들은 길거리에 버려지고 방치된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시로 쓴 것들입니다. 이미 쓸모가 사라져 버린 것들을 보고 느꼈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떠다 놓은 것이에요. 그래서 참 좋습니다. 쓸모없는 줄 알았던 ‘나의 마음’이 시가 되었으니까요.
저는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곧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시인입니다. 정말입니다.
돼지고기 뒷다리살 같은 시(詩)
재떨이가 되어 버린 냄비, 담벼락에 걸린 이불, 치킨집 앞에 나뒹구는 치킨 무 같은 것들이 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책의 제목인 《길에서 주워 온 시》처럼 시인 미후지는 길에 버려져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시로 써 ‘재활용’한 셈인 것이죠. 그래서 이 사진시집은 작가의 유머러스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쓸쓸하고 짠합니다.
시인 미후지는 정육점에서 일합니다. 필명인 미후지는 껍데기를 안 벗긴 돼지고기 뒷다리살의 줄임말입니다. 100g당 가격이 겨우 몇 백 원밖에 안 하는 아주 싼 부위죠. 덕분에 싸구려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먹는 단체 급식의 제육볶음, 짜장과 카레 속의 고기, 만두소에 이 뒷다리살이 들어갑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과 몸속에 스며들어 있던 거죠.
이런 고기의 이름을 필명으로 쓴 작가의 시도 돼지 뒷다리살 같습니다. 어려운 말보단 쉬운 말로 택했고,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 쉽게 스며듭니다. 덕분에 미후지의 사진시를 보고 읽다 보면 어느새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거리의 물건들에 잠시 눈이 멈추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시가 들어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비유와 상징이 없어도 됩니다. 깊은 의미가 없어도 됩니다. 그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푹- 떠다 놓으면 그게 시입니다. 시인 미후지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작가의 말
최초의 피클
동승자
최초의 국가 대표
탈출의 이유
벚꽃 따위
탈출의 이유2
DNA 전쟁
케이블 타이 같은
내가 살아가는 법
내가 너를 말할 때
프로파일링
더듬더듬더듬
부고(訃告)
그럴듯하다
진짜 봄
불륜의 계절
가로등의 비
예쁨의 비밀
아트인 줄 모르고
뻔뻔뻔뻔 뻔뻔뻔뻔
아등바등
우산가(Umbrella Song)
청룡 샴푸 시상식
이렇게 보니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짝 찾기 비법
바람 바람
GET 하라고!(탈출의 이유3)
놀이터의 밤
잘 살기는 글렀다
일급 기밀
파 King
낙하의 기술
얇아서
무라는 걸 알면서도
시의 모든 것
아무나 하는 일
동전 선언
네가 나다
점만큼 스치더라도
구름 봉다리
쓰잘때기
품고 갔다
나의 땅
이 그림의 이름
매직 판때기 라이드
완벽한 의자가 되는 법
나랑 내기 한판 하자
물구나무선다
최후의 생존자
봄님의 부탁
명탐정의 추리
그냥 플라스틱
참는 거였다
감이 기도하는 법
고무줄의 질문
오늘이 내 생일!
그들의 관광지
너 참 비닐봉다리 같다
눈을 깔았다
늘 빛나는 것
대충 사랑
마우스가 마우스가 된다
미련
미쳤나 보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회생활
생존 확인
시 써는 법
아름다운 이유
에라이 한심한
옥술옥술 옥수르르
의자가 아니라 나무로서
잡종 is
존재의 이유
좀 살았답시고
파스 떼는 법
펜이 운다
핑크처럼
허투루 보지 마시오
다시 커질 테다
함께 있으니까
겨욻
기우제
그대로 멈췄다
장독대는 아니지만
기적을 바라는 이유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의 화장실
병원 홍보
치약같이 될까 봐
봄이 왔다
나의 대통령
초특급 초파리
엄마의 비밀
그녀의 머리핀
치킨 무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