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작가의 집이다. 두 번째 집을 지었다.
나도 민달팽이처럼 꾸물꾸물 마른 벽을 타던 때가 있었다. 집에 대한 엄두조차 내지 못할 때였다. 그러다 삼 년 전 오두막 하나를 겨우 지었지만 물이 새고 질척거려서 만족감이 작았다. 처음이라 허술했다고 변명하며 다음 집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책은 설렘이다. 작가는 글을 창작하면서 두어 줄의 행간에서도 며칠을 지새우거나, 먹빛 채색이 마음에 충만해질 때까지 구절을 만진다.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단 한 줄에 공감하여 먹먹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좋은 인연이다. 작가도 자신의 책을 내고 나면 객관적인 독자의 입장이 된다. 읽고 또 읽어서 외울 정도의 책을 또 읽는 느낌이라고 할까. 제대로 된 보물찾기를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작가의 집에서
『타투Tattoo』
글은 한 점에서 시작한다. 작가가 소재와 애틋한 만남에 무수히 점을 찍다 보면 희로애락 사소한 일화가 그려 낸 무늬들. 끝점에서 돌아보면 한 편의 점묘화다.
쇠라는 자신의 그림이 투명해 보이도록 순색으로 점 찍는 기법을 도입한 화가다. 글도, 삶의 무게도 욕심이 섞이지 않아야 가벼워지고 맑아진다.
작가는 타투이스트다. 몸속 피부 속, 가슴 속 감정을 드러낸 심장 박동이 글이다.
구르는 돌에도 이끼가 끼듯, 모두 제 몸에 무언가를 새기기 위해 살아간다.
차례
『타투Tattoo』를 내면서
감사의 말
1부
서창書窓 / 선유仙遊 / 풍미
미인松, 미남松 / 브레이크 타임 1
시간이라는 유품 1 / 두 개의 문
『숨결이 바람 될 때』 / 찾습니다
2부
타투Tattoo / 동해의 부채꽃
옥연지 / 춤추는 나무 / 작가의 집
중독 1 / 중독 2 / GRIT
흔하디, 흔한 / 맥脈
3부
깡으로 사는 녀석들 / 밥상의 높이
서바이벌 게임 / 접점 / 충전
봄 벗 / 보고 있으면
고독한 야수 / 길들여지다
4부
두 개의 시선 / 탑, 바로 서다
흰여울마을 / 얼짱쭈꾸미
과속방지턱 / 몬태나의 강물처럼
지중해를 꿈꾸는 꽃 / 브레이크 타임 2
5부
야수와 미녀 / 『친애하고, 친애하는』
시간이라는 유품 2 / 미로迷路에서, 미로美路
멋덤, 맛덤 / 부조리극 / 소리 없는 반란
명옥대 별리 / 착한 바이러스
6부
어머니의 숲 / 집 없는 천사들
어느 봄날 / 수암로 267 - 2
굿바이 / 개목開目
방앗간 화장품 / 광기의 리더십
설악의 자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