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둘의 가을 김도형 시인의 숨겨 놓은 짝사랑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난이 싫어 어릴 적부터 막노동을 시작했고 사랑이 고팠지만 가난해서 사랑할 시간이 없었기에 시인은 짝사랑을 시작해야만 했다. 가난해서 배움이 부족했기에 밤낮으로 일을 해야만 했고 쉰둘의 봄날에 시인은 가난을 이겨 냈다.
시인의 시집 『약속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에선 아픔이나 슬픔을 건너온 다음의 그리움에 대한 전개를 읽을 수 있다. 반복하는 아련한 그리움의 언술은 시인에 내포된 긍정의 메시지로 고난을 지나는 과정 대신 이미 다다른 성찰의 외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 재난으로 종말에 대한 말이 자주 등장하는 세상에서 윤리 도덕의 해체, 문학의 끝, 구원은 어디에 등의 말이 넘쳐 난다.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어도 자칫 유랑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도 든다. 시인을 유랑하는 이들이라 하기도 하지만 시인에게선 지난 노매드의 흔적이 읽힌다.
시인의 시집은 R. 야콥슨의 발화의 여섯 가지 기능 중 발신자의 표현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상적 고난의 전개에서 희망적 사유를 독자에게 나눠 주는 기능으로 귀결하는 작품집은 시인의 사적 체험에 근거한 삶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비대면,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격리의 요구는 불가피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권장할 일이다. 텍스트라는 고정 상태에서 관찰과 사유를 토대로 중층적 층위의 발화를 통해 무한한 연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은 통증이 아닌 통각을 무디게 한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다. 이는 하위징아³가 칭한 호모 루덴스, 시 문학은 소모적인 유희적 존재들의 행위가 아닌 사회 문화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어떤 고통에도 시는 발화와 조절로 삶을 더 단단하게 이끌기에.
김도형 시인의 시집에서 그리움은 코다(coda)가 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추억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그리움에만 매몰되지 않고 차별화되는 이유는 사계절 속에서 자연의 잃어버림과 생성의 반복, 순환을 통하여 통찰을 향하는 탐색의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상실이 가져오는 모든 것은 새로 시작하는 이른 단계임을 빗물, 꽃, 낙엽 같은 상관물에서 전환을 이룬 그리움의 순수 서정에서 알 수 있다.
시인의 말
제1부 짝사랑
짝사랑 1
짝사랑 2
낮달 1
낮달 2
낮달 3
계련
다행
괄호를 치다
봄비 내리는 날에
까만 밤
밤비
사월의 기도
종이학
연중행사
복숭아꽃
혼자만의 이별
그대 곁으로
빈터
망중한
늦은 고백
자백
그냥 그렇게 살려고
큰일이네
제2부 그리움
그리움이란
카페에서
널 보내고
손가락의 추억
앵화
흔들리는 마음
풀잎이 우는 날
너의 흔적
널 찾아서
눈길
장대비처럼
약속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단 경로
라일락 꽃향기
찔레꽃 머리
저녁 강가에서
해묵은 발자국
말라 버린 눈물
님 보내는 발자국
네가 보고파서
너의 거리에서 1
너의 거리에서 2
그리움의 역습
시리다
처음처럼
제3부 순정
가을의 순정 1
가을의 순정 2
가을의 순정 3
가을이 오기 전에
여름에 핀 코스모스
그 가을날의 추억
낙엽
가을은 나에게
휘파람 소리
못생긴 송편 하나
가을을 보내며
허수아비와 막걸리
가을 향기
가을 길
그 남자의 바바리코트
비둘기 인형
동행
운명
고독한 여자의 노래
첫눈이 내리거든
당신이 사랑인 것을
제4부 위로
위로
쉰둘의 봄
태양은 가득히
기적
몸살
청춘
하늘바라기
우리는
내가 쓴 시를 읽으며
시체놀이
아이에게
도토리묵
선모초라 부르리라
기억으로 보는 세상
신륵사에 가고 싶다
천년의 소리
숨은그림찾기
보통의 어느 날에
볼펜 속의 하루
동네 사람들
독수리 연의 독백
겨울나무
허수아비의 겨울
늙은 가로등의 독거
전봇대의 하루
잔설은 소망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
사계四季에 깃든 그리움의 미토스(mythos)
박용진(시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