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골방으로 들어간 시간, 자신으로의 깊은 침잠(沈潛)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니 이십 년 전, 압바(Abba) 박효섭 목사님의 권유로 마석감리교교육원에서 보냈던 삼 개월의 시간은 내 삶에 큰 선물이었으며 유산(heritage)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을 받았다. 조진희라는 시는 카리스마타 수도회의 첫 수도자였던 나의 정진(精進)을 위해 쓴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박효섭 목사님 자신의 신앙고백이지 않았을까? 이제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때 내가 무엇을 경험하였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되돌아보는 여행을 하려 한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20년 전 독거 수도적 삶의 경험을 일기형식으로 들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오늘의 입장에서 수도생활의 주제들을 선별하여 제목을 달고, 또 여러 글들을 삽입·편집하는 데도 크게 마음을 썼다. 이것은 그때의 경험이 그저 과거의 회상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일로써 끊임없이 내면에서 자신의 삶과 사유를 인도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저자도 공감하고 있지만, 개신교적 상황에서 수도생활이란 매우 생소한 주제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일부 지식도 어떤 선입관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주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달리 말씀하시지 않고 “와서 보라” 하셨듯이, 박 목사님께서는 저자의 경우에서와 같이 단기간이라도 직접적 경험을 권유하셨던 것이다. 사실 동방적 사고방식에서 앎(지식γνῶσις)이란 지적 개념을 얻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크리스천은 수도자이어야만 한다.
- 홍포의 요한, 정원기 목사의 추천글 중에서 -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 자신을 홍포의 하마르톨로스(ἁμαρτωλός)라 하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감리교 목사였으나 정교회 영성에 깊이 매료되어 늘 수도원 공동체를 꿈꾸며 사셨다. 홍포의 카리스마타수도원에서 만난 내가 아는 그는 시인이요, 예술가이자 이상주의자였다. 누구보다 전례의 전통 안에서 보수적인 신앙의 길을 고집했으며 동시에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전례를 집례하는 그의 중후한 중저음은 절제되어 있는 동시에 영혼의 깊은 울림을 터치하는 천상의 소리처럼 맑고 드높았다. 생전에 헤지카즘(Hesychasm)에 대해 ‘맑고 밝고 고요한’이라고 쉽게 풀이해주었는데 관상기도와 예수기도를 통해 침묵, 그 깊은 심연의 세계로 나가는 길잡이가 돼주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새 삼 주년, 유리바다가 보이는 홍포의 카리스마타수도원에 앉아 있으면 이십여 년 전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고 영가(靈歌)를 부르며 깊은 침묵으로 이어지던 그때로 돌아가곤 한다. 빈 공간에 여전히 그가 함께하고 있는 듯 모든 것이 생생하다. 몸가짐, 목소리, 표정, 작은 숨결조차도 현재로 경험되는 듯하다. 사라진 존재가 현현화(顯現化)되는 그리움의 공간, 홍포 카리스마타수도원 그리고 유리바다.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압바 님의 1주기 추모예배를 드리던 날, 수도원 일기를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이제 3주기 추모예배를 앞두고 그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다. 개인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카리스마타 수도회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기도와 격려를 보내준 회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 『들숨하나, 날숨 하나』 프롤로그 중에서 -
정작 그녀의 수도원 일기를 가슴으로 아로새기면서 읽은 건 3월, 홍포수도원으로 내려와서였다. 그냥 줄줄줄… 그녀의 글을 읽으며 울었고 울었고… 또 울기만 했다. 모든 게 다 내 이야기였고, 모든 게 다 카리스마타였다. 압바 님(박효섭 목사님)의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했고, 압바님이 내게 현존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글은 위험하다.
언제고 눈물 쏟고 비통한 슬픔을 지금 내 가슴에 부여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먹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술술술 읽히는 그녀의 글들은 석류알처럼 톡톡 터지며 심연을 두드린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던져져 나온 서른의 그녀. 압바 님의 영적가르침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녀. 서툰 갈지 자 걸음이라도 혼자서 꿋꿋이 버틴 그녀. 너무 울어서 그 슬픔이 축복이 되었던 그녀.
여기 그녀의 첫 수도원생활의 일기를 들여다본다.
- 『달려라 수피』 저자 서수미의 추천글 중에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통해 ‘작은 죽음’을 만나게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두 손을 포개어 가슴에 대고 기도할 수 있다. ‘내 영혼을 주님께 맡기나이다. 당신의 나라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자명한 사실, 그 죽음에 대한 인식(memento mori)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수도자는 죽음을 기억하는 자이며, 죽음 끝에서 노래를 부르며 영원으로 나가는 자이다. 죽음은 하나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완성의 세계로 향한 시작이다. ‘노래하며 걸어가라’ 죽음과 부활의 신비여!
진리(眞理)에 목마름: ‘모든 것에서 떠나 모든 것과의 일치를’
‘홀로 빈 공간에’
‘살림의 기적’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Kyrie Eleison)’
‘너는 어째서 아름다운 땅을 떠났니?’
‘완전한 휴식’
‘한 두레박 사랑’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
‘나무’
‘그리움을 네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거야’
‘메마른 감정’
‘메마름이 편해지다’
‘서은이 돌잔치’
‘의(義)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하늘로 난 길’
‘파스카의 신비여’
‘내 영혼 봄놀게 하소서’
사랑의 단비: ‘마음의 푸르름이 짙어지는 계절’
‘대사일번(大死一番)’
‘다시 기도의 자리로’
‘길이 아닌 길을 가고자 할 때’
‘화해의 제물’
‘침잠할수록 요란한 내면의 밑바닥’
‘내게 들소의 뿔 같은 힘을 주시고’
‘저녁기도같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의 사랑하는 딸’
‘아버지의 집에 돌아온 안도감’
‘하나님께서 머물기로 작정하신 처소’
‘단식’
‘삶을 조형하시는 분’
‘혼자 또 같이’
‘친구 sunny의 방문’
‘변화시키기 위해 오신 분’
‘호미질’
‘기다림의 자리’
‘궂은 날씨’
‘은총 안에 머문 평안함’
‘사랑하는 사람만이 나를 안다’
기쁜 슬픔: ‘행복의 토대가 되는 행복하다는 의식의 일깨움’
‘마음의 꽃이면 족하다’
‘해뜨기 전의 어두움’
‘대체 어디서 퍼 올렸기에 저렇게 푸를까?’
‘펜토스(Penthos)’
‘귀의 신심’
‘이웃에 대한 사랑을 존중하는 종교’
‘비가 내린다. 시원하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내가 너를 지키는 여호와니라’
‘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윤문자 목사님’
‘마음이 그렇게도 무디어 있느냐?’
‘성찰의 시간을 보낸 옹이’
‘건호의 첫 휴가’
‘더불어 숲이 되자’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들’
‘내 마음에 예수님이 꽉 차오르기를’
‘놓아두고자 하는 곳에 존재하기’
‘임낙경 목사님의 건강 교실’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것’
‘새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여기까지 나를 업어주시고’
‘일상을 행복으로 이끌다’
나의 그리운 분: ‘알 수 없는 참된 앎, 볼 수 없는 참된 봄’
‘현존 안에 숨 쉼’
‘소리 듣기와 깨어 있기’
‘바위처럼 늠름하게’
‘네 갈 길을 주님께 맡기고’
‘당신도 즐거운 여행이었기를’
‘저마다의 선명한 소리’
‘구름을 보고 비를 염원하며’
‘들숨 하나 날숨 하나’
‘수련의 종지부’
에필로그 ‘푸른나무, 성찰의 시간으로 옹근 옹이를 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