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슴에 묻고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던 나날, 기쁜 날보다 슬픈 날이 더 많았고, 또 언제나 하는 말보다 하지 못하는 말이, 보이는 표정보다 가리고 숨겨야 할 표정이 더 많았지만, 더욱더 밝고 환하게 웃으며 지내고자 하였습니다.
그래도 햇볕에 강하면 그늘이 더 짙듯, 늘 춥고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잠든 고요한 밤이나 아직 어둠이 있는 이른 새벽에, 눈물로든, 기도로든 슬픔이 씻겨 내리면, 언제나 밝고 깨끗하고 맑은 영혼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는 자기의 상처를 보듬어 잘 삭이고 가꾸어 맑고 영롱한 빛을 발하듯, 저의 고통들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시와 그림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공감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밤 천지엔
그리움이 사무쳐요
귀뚜라미들의 소리도 사무쳐요
풀잎에 이슬이 맺히면
사랑한다는 말
눈물이 되어 나와요, 어머니
저는 알아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사위어 가는 달빛이란 것을
저는 알아요
어머니처럼 남다른 사랑을
속으로 집 짓는 거라는 것을
저는 알아요
- 「기린봉에 달 뜨면 2」 중에서
안경례의 시 세계가 조성한 두 축은 1) 전통적인 한국 어머니의 고통에 찬 애환 및 2) 연정과 그리움의 정서로 구성되어 있다. 그 두 축은 긴밀한 상호연관성하에, 소라껍질처럼 감도는 그 나선형 구조를 한 꼭짓점으로 모아들인다. 그 지점은 곧 한국시 고유의 정한(情恨)인 바, 이는 그의 시적 신원이 천성적으로 착실한 전통 서정미의 수호자임을 밝혀 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성 위주의 합리주의적 과학성에 쉽사리 영합하지 않는 서정미학의 시인임을 입증해 준다.
- 정휘립(鄭輝立) 문학평론가, 영문학 박사
안경례의 시는 어쩌면 성인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정서나 언어 그리고 어법이 유년 시절 공간의 비극적인 가족사에 알맞게 짜여져 있어 청소년시가 된다고 할 수가 있다. 시 「기린봉에 달 뜨면 1, 2」와 「옥바라지」, 「산호반지」, 「봄에 쓰는 엽서」 등 5편이 모두 청소년 정서 공간에 알맞게 쓰여진 시들이다. 「기린봉에 달 뜨면」 연작은 ‘보시어요’, ‘……어머니’ 같은 구어체이다. 「옥바라지」나 「산호반지」, 「봄에 쓰는 엽서」도 ‘보셔요’, ‘해요’, ‘있어요’, ‘주어요’, ‘이어요’, ‘있나봐요’, ‘싶어요’, ‘하니까요’ 같은 구어체 어미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분의 시작법 개성이 원래 문어체보다 구어체 활용에 있는 듯하다. 특히 군산의 이병훈 시백이 소개한 신인이라서 더욱 믿음직스럽다.
- 이병훈, 신세훈 (자유문학 2000년 봄호 당선 심사평)
자서
제1부 그대의 이름
해바라기
부칠 수 없는 편지
겨울의 한복판에서
산호반지
채송화 꽃
산에게
인연
봄에 쓰는 엽서
산수유 꽃그늘에 앉아
설록차
신혼부부
느티나무 아래서
나무가 대지에게
첫사랑은 커피 속에
늦가을 밤에 달을 보다
등대
앉은뱅이 꽃 2
견우와 직녀
그대의 이름
걸레
제2부 벚꽃에 바람 불다
채석강
소금
오마 샤리프
이후로도 오랫동안
토요일
겨울나무 1
겨울나무 2
벚꽃에 바람 불다
바람 부는 날
함박눈 내리는 날
소설(小雪) 2
바이올린의 G현
화병 속의 장미 1
징검다리에 앉아서
커피 타임
때늦은 파종
눈에 피는 안개꽃
안개
재산세 자진신고
넝쿨 식물, 러브 체인
옛사랑
제3부 검은 모래찜
낡은 부츠
옥바라지
산속을 거닐며
건지산 제비꽃
흐림에서 맑음으로, 맑음에서 흐림으로
첫사랑 증후군
인생은
소낙비 사랑 1
소낙비 사랑 2
감기
독감
무기수(無期囚)
모노 환자
검은 모래찜
헝겊 해바라기 꽃
날아간 동백화분
상봉
대문 1
베트남 풍경
미망인 1
미망인 2
상록 해수욕장 2004년 7월 30일
제4부 사기등잔
유년시절
빨간 토마토
사기등잔
춘포 간이역에서
기린봉에 달 뜨면 1
기린봉에 달 뜨면 2
화가 박남재
내 친구 영희는
봄꿈
유전
즐거운 성묘
늦된 누나 어른스런 동생
하염없이 1
하염없이 2
지리산 옹달샘
허수아비
산동면의 봄
백일홍 나무
동편제
바이올렛 꽃
비정상의 나날
13세부터의 구조대원
평론 - 생의 질곡(桎梏)과 ‘낙원성’
후기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