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달맞이 언적에는 달빛이 흐르는 길이 있다. 달맞이 언덕 옆으로 난 오솔길이자 숲길이다. 송림 사이를 비추는 달빛이 아름답기 그지없어 문탠로드Moontan Road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처럼 살가운 이 길은 달빛나들목을 시작으로 달빛가온길, 달빛바투길로 이어진다.
- 본문 중에서
작가는 시간을 붙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이정식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온 발자취에 노래와 춤과 감정을 부여하는 현대의 문필가이다. 태어나 살고 헤어지는 인생의 과정을 통해 저자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담담하게 그 모든 시간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인생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에서는 어떠한 달관과 초월적인 시선까지 느껴진다. 작가는 수필이라는 장르의 본질에 접속하여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서술한다. 범람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도 / 걷고 / 춤추고 / 노래하는 / 즐거운 / 인생
“추억은 세월의 지우개로 지워지지만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격랑의 현대사를 관통한 세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분명히 어떤 의미를 지닌다. 지금의 세대가 ‘꼰대’나 ‘라때’로 치부하고 무관심하게 흘려버릴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어쩌면 낡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시대를 넘어 지켜야 할 미덕을 찾을 수 있고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저자의 여리고 정감 어린 순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은 짧다는 말은 이제 인생은 길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문제에 부딪히면 우리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이 책은 어려운 시절을 이기고 이제는 삶의 역정을 완수해가는 계절에 서서 즐거운 노후 인생을 가꾸는 저자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매일 3.8km 해안 길을 걸으며 자연과 함께하고, 학처럼 흰 두루마기를 입고 선학의 춤을 추며, 시니어합창단에서 사람들과 하모니를 맞추는 인생은 늦가을 단풍처럼 아름답다.
저자는 죽음을 늘 가까이 여기고 영정사진도 찍어두었다. 여든여섯 해 생의 종착지를 살피며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삶은 순수하여 눈물겹다. 세월이 갈수록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는 혈육과 다감했던 이웃을 글로 남겨 기억하고자 한다.
글의 내용에 따라 총 다섯 장으로 분류하였다. 1장은 자연의 일원으로서 유정한 동식물, 2장은 영원히 그리운 고향 부모·형제, 3장은 건강과 행복을 부르는 즐거운 취미활동, 4장은 인정 어린 정겨운 사람들 그리고 5장은 달라진 세상을 보는 ‘꼰대’다운 시선까지 부끄러움 없이 담았다.
첫 수필집을 내며
1장 문탠로드
문탠로드
일출日出
올무
소나무
세 번째 이별
쑥
우화등선羽化登仙
며느리배꼽
2장 세 번째 만남
모루牟婁
유택幽宅
약속
체면 없이 산 팔십 년
세 번째 만남
어머니의 노래
사하촌寺下村 추억
벌초伐草
3장 동래학춤
총각타령
동래학춤
할매 벗들
건망증
재봉틀
여민동락與民同樂
이바구길
멋진 걸음, 참한 걸음
4장 쑥부쟁이
머물렀던 자리
소년 우인 대표
이향離鄕
벽지를 찢어 먹던 노인
큰방을 차지한 여자
버스킹busking
자석磁石
쑥부쟁이
5장 말 모서리
은퇴의 미美
제설除雪
말言 모서리
반려동물
도시철도 점경點景
치앙마이 기행
재한유엔기념공원
높임말과 반말
서평·실버 수필가의 서사적 삶 엿보기 - 박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