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심상 Ivy Image』는 담쟁이의 아름답고 몽환적인 사진과 짤막한 글이 함께 실려 있는 김창수의 포토 에세이집이다.
무얼 한 건 한답시고 손가락에 침을 퉤퉤 뱉어가며 논문을 들춰본다.
나중엔 검은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로 보일 땐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면 갸우뚱거려 가며 창 너머로 들여다보는 담쟁이를 만나게 된다.
그네 탄 머리 땋은 처녀가 괘종시계 추 마냥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리듬이 있어 좋다고 그걸 흉내 내는 담쟁이.
그러고 보니 담쟁이가 하염없이 흔들어대는 율동이 저 먼발치에서나 볼 수 있는 초가집 굴뚝 연기처럼 밤낮을 흩날리고 있다.
연구실 불 끄고 나설 때 오두방정 떨며 나를 응시하던 담쟁이.
고개를 숙여가면서라도 닫힌 창문을 밀쳐내고 들어오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문틀에 난 빗물구멍으로 비집고 들어와
“까꿍”
그러고는 슬그머니 한 발 더 깊숙이 한 발 더 깊숙이 벽을 딛고 들어오는 담쟁이의 발걸음.
쫓아내어도 그 길 알고부터는 이젠 더듬거리지 않고 바로 비집고 들어오는 담쟁이.
“그래 이젠 담쟁이 넌 내 손님이여, 그래 같이 지내자구나.”
하던 것이 어언 40년.
담쟁이는 오늘도 40대손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건만 오늘따라 보기가 낯설다, 왜일까?
오늘은 세파에 흩날리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보고 싶구나.
-들어가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