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에덴에서 하와를 유혹한 뱀
죽어서 불지옥에 떨어진 줄 알았더니
더없이 사악해진 채
돈으로 환생했다
- 뱀의 환생 전문
이기선 시인의 시풍은 관념이 배격된 현장감에 입지해, 고도의 상징성과 절제미 그리고 낯설기 작업에 치중함으로써 대중성향이 아닌 순수, 본격문학에로 지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당한 시적 안목이 없이는 이 시인 시의 진면목에 접근하기 힘들다.
- 세계전통시인협회 유성규 회장
이기선 시인의 시집 《뱀의 환생》은 관념이 배격된 현장감에 입지해 고도의 상징성과 절제미를 갖추고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말
1부
산수유화
낙화
벚꽃 만개
양파
칡의 배신
봄비가 스쳐간 뒤
노인과 묘목
버찌
포도
송홧가루
감나무
시멘트 벽에서 자라는 풀
시든 국화에 물을 주며
은행잎
단풍이 지다
만추晩秋
시월 그믐달
민들레
한로寒露 즈음
감
시래기
2부
어느 노점 할머니
노안老眼
혼밥, 그 쓸쓸함
흘러가다
탈모
진눈깨비 단상
식당에서
어떤 모정
요양원의 어느 날
영정사진
일 중독증
인생
건널목에서
우엉 파는 할머니
봄비
추석 전날
어느 날
팔월 그믐달
동전
형 사진을 보며
백세시대의 단면
3부
2월
당신은 바람이었다
봄눈
석양
2018년 여름
낮달
그림자
새끼발가락
강풍이 불던 날
세종로 소나무
거미줄
낙조
소쩍새
어머니의 무덤
늦가을 햇살
저녁 바다
밤의 세상
폐가廢家
호상好喪
첫눈
나무 밑에서 본 하늘
4부
뱀의 환생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걱정
손가락만 펴면
네 사랑은
동물의 왕국
어느 골목길 풍경
숫자들의 반란
나이를 적다가
오래된 붓펜
높은 산에 오르려면
모래를 한 줌 쥐고
머리를 말리다가
시든 꽃
돼지머리
맥아더 장군처럼
승강기에 관한 제언
소나무, 트럭에 실려 가다
지렁이의 유서
손주들은 천재다
5부
상처 난 꽃
가시
기다리며
그리움의 정의
발톱 깎는 아내
오래된 집
난, 새 촉이 돋다
구석
초승달
어머니의 이름
불꽃놀이가 끝난 뒤
어머니의 동무
종로에 핀 매화
이발을 하다가
동백이 지다
깨꽃 또는 샐비어
잡초
로드킬
못에 걸린 옷
십 년만 젊었으면
생각
무상
그린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