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실린 시들은 내 삶의 길섶에
핀 꽃이며 바람이며 노래다
시는 어쩌면 인간사의 바다에서 아름다운 비애를 건지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절실한 욕구와 목마름과 결핍의 채움이다.
여기 실린 시들은 내 삶의 길섶에 핀 꽃이며 바람이며 노래다. 삶의 고통과 행복, 여린 미소와 비탄, 사랑의 기쁨과 고독한 눈물, 낭만과 아픔이 뒤섞여 있다.
절실을 향한 미흡한 삶의 갈망인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시작(詩作)은 힘들고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늙게 이에 매달리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시는 누구도 완성할 수 없는 세계며 도정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국 만당 전기의 시인 두목(杜牧)은 그의 〈淸明〉이라는 칠언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청명 시절에 빗발 어지러우니/ 길 가던 나그네 넋을 잃고 서 있다/ 묻노니 주막은 어디 있느냐/ 목동은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킨다.” 쏟아지는 세월의 빗발에 내 시야는 점점 더 어지럽고 마음도 심란하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짧다.
차라리 비를 핑계 삼아 술이라도 한 잔 하고 갈까? 멀리 살구꽃 마을 그리면서.
- 작자의 말 중에서
제1부 종을 울려라
길
짐
땅
종을 울려라
사계
고향의 노래
교하송
화무타령
가는 봄아
사월의 길
사변(思辯)의 병동
사월의 원의
오월 같이
동강의 뮤지컬 오페라
덩굴손
백운 호수
깨지기 쉬운 그릇
내 길섶에 핀 노래
풍미
두물머리
청수계곡
6월 그 초여름 밤은
메아리
제주 서경
낡은 화분을 깨며
산다는 것으로
별리
광덕산 호두이야기
숨어서 피는 꽃
마지막 담배
허정
나이 먹으니 알겠더라
자기공명
청송비감
가을날 비 내리는 오후
귀뚜라미
나무들 옷을 벗는다
역사
여의도 따로국밥 집 앞길
가을 아바타
가을의 기도
막내의 엄마
행로
수산나
김연아
제2부 가서 비추어라
새해 아침에
마음 그릇
밤 수선화
이런 돌이 되게 하소서
성모 마리아
한 여름 밤의 여정
천둥소리
참회록
꿈을 캐러 간 사나이
가서 비추어라
북한산 단풍
임마누엘
첫눈 내리는 밤에
엄마와 어머니
호산나
성광
3으로 이루시다
프란치스코
파파 삼대
제3부 세월은 바람이 되어
공묘의 꿈
마더 테레사
얘야, 언제 또 올꺼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오늘도 밤은
세월은 바람이 되어
네 이름을 더 부르게 해다오
장미 한 그루 심으리라
친구여, 안녕
아듀 丙申年
작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