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을 잃은 욕망
환상에 사로잡힌 남자와 상처받은 여인의 새로운 만남
그리고 더 또렷해지는 그녀의 반추
안나야, 제발 네 앞에 꽂힌 커터로 내 생 멱을 따다오!
나는 어느 순간 망상 속에서 안나를 애무하는 착각에 빠졌다.
조용하고 향기로운 어둠 속에 안나와 영원 같은 입맞춤을 나누는 중이었다.
그 남자는 두 자식과 자기만을 바라보는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선택하는 데 얼마나 큰 산고를 겪었을까? 그러나 사랑을 진정으로 해본 사람이면 그의 고통을 이해할 것이다.
“이혼하기 위해 결혼한 우리는 쿨하게 헤어졌어요.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옛 여자에 대한 욕망과 열정이 타산적인 문제와 자녀 양육 계획을 비루하게 만든 거지요.”
환상에 사로잡힌 남자와 상처받은 여인의 새로운 만남
그들은 반나절이면 서로의 외면의 궁금증은 다 채워졌을 것이다. 이제 남은 내면의 호기심을 채워야 할 순서다.
“사랑에 빠진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도 미끄러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그런 심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당신 한 사람만을 사랑해온 나는 불행히도 잠자던 욕망을 경멸해 버릴만한 충분한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나는 그 감정의 흐름이 파도 속에 휩쓸려 육체의 기쁨에 서로 반쯤 감은 눈으로 사랑을 묻던 당신과의 맨 처음 키스를 그리워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서둘며 거칠게 덤빌 필요는 없어요. 나는 당신과 이것이 마지막이란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더 또렷해지는 그녀…
PROLOGUE
추억 속 사랑의 원본
비루한 남자의 낯 뜨거운 환상
언제나 억압을 이기는 탐하고픈 마음
도화선에 불붙인 현재형 연인들
비밀을 공유한 사랑, 혹은 일탈……
관능적 소유욕의 일그러진 치기
잠시 후의 후회를 모르는 변덕
간절함과 아쉬움의 처방전
고통과 희열, 그 애매한 경계선
숨결마다 스민 뜨거운 에로스
단속할 줄 모르는 소유욕, 그 열정
고독,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는 독약
상실감, 그 몇 배로 후려치는 회한
덫에 걸린 봄꽃다운 젊음
허구보다 잔혹한 실상의 비참성
체념적 운명으로 여긴 여인의 고단함
진정으로 사랑하는 내 남편 도오게 상!
더 또렷해지는 놓쳐버린 ‘그녀’의 반추
눈물겨운 미련의 형벌
환상에서 불러온 영원히 못 잊을 ‘그녀’
결국 떠날 수밖에 없는 일탈의 필연성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