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만남으로 시작된 일탈
욕망의 덫에 사로잡힌 남자와 권태에 짓눌린 여자의 이야기
나는 울고, 이 여자는 웃었다! 여자에겐 기묘한 웃음마저 입술에 번져갔다.
나는 야행성 동물 숨을 내쉬며 호숫가의 펠리칸처럼 꾸역꾸역 울어댔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앞에 선 여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녀는 내 눈길을 피해 다시 시선을 내리 깔았다.
속눈썹이 유난히 짙고 긴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콧등도 높았다.
그녀는 자기 발에 신은 남자 슬리퍼 앞에 나온 발가락을 숨기려는 듯 두 발을 모았다.
우연찮은 만남으로 시작된 일탈
아무렴 사랑의 맹목적인 투신에서 얻어지는 쾌감에 견줄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지.
여자는 당연히 쓰나미 재난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피난 짐에 가족 앨범보다 화장품을 우선적으로 챙겨요.
하물며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 앞에선 더욱 그렇죠…….”
욕망의 유혹에 겁을 내 추억의 미완성으로 지독한 후회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일탈의 짜릿함을 흘깃 엿보고, 깊은 밤 베개를 굽어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게 훨씬 낫다!
내 고백을 들은 남자여! 돌아가야 할 집은 당신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내게도 있어요.
헤어질 것을 미리 아는 비밀스런 열정은 어차피 일회성에 그쳐야 해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일상의 궤도로 산뜻하게 옮겨 탈 자신이 있다고요!”
욕망의 덫에 사로잡힌 남자와 권태에 짓눌린 여자의 이야기!
PROLOGUE
첫 만남, 그 우연찮은 인연……
욕실의 아프로디테
오랫동안 잠자던 위험한 열정
승리를 망친 남자의 조급함
욕망의 덫, 그 상처의 회복
불순한 남자의 불온한 회상
현실과 추억 틈새를 비집는 봉인의 배반
여미고 단속하지 못한 열정의 얼룩
권태에 짓눌린 여자의 일그러진 사랑
겁없는 호기심 뒤끝에 찾아드는 환멸과 연민
체감의 시차와 후회
눈꽃송이 여인
봉인 깬 고백의 낭만적 동의
황천항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순간순간들
심장에 박히는 일탈의 모반
낯선 경계를 부수는 감각의 익숙한 동조
굴레에 얽매고픈 욕망의 교집합
사요나라! 단 한마디의 파괴력
참혹한 회한으로 되돌아온 잘못된 생각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