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일은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도록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낮에 풀 먹여 밟기를 반복해 손질한 모시와 삼베옷을 앞 논 벼 포기 위에 널어놓았다가 밤이슬을 맞춰 촉촉해지면 숯불 다리미질을 하여 마무리 손질을 해야 했습니다.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물들이려고 낮에 봉숭아꽃과 잎을 따 백반을 넣어 찧어놓고 손가락을 감싸줄 아주까리 잎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밤은 깊어가고 피어오르는 모깃불의 연기도 실같이 가늘어질 때쯤이면 연기를 타고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로 별들이 내려옵니다.
기다리다가 꾸벅꾸벅 조는 우리들 손톱에 어머니는 꽃물을 싸매주었습니다. 손톱 끝에 달린 봉숭아 꽃물은 저승 갈 때의 등불이라고 하셨습니다. 언니는 무서리 내릴 때까지 꽃물이 손톱에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그해에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나는 무명실로 꽁꽁 묶은 손끝이 저릿하고 아릿한 느낌도 예뻐질 손톱을 생각하면 즐거웠습니다.
- 본문 중에서
‘수필을 쓰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사물들이 새로운 모습과 향기로 다가오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으며 저자의 시선, 글을 매개로 하여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는 사물의 문학적 발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장에는 저자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호흡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건을 변화시키며 전개해 나가는 저자 특유의 숨결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이 숨길을 따라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 또한 독자에게 재미로 다가옵니다. 짙은 페이소스를 통해 독자를 작품 속으로 이끄는 강렬한 힘이 있습니다.
기쁨이 오롯이 담겨 있기도 하며, 슬픔이 축축하게 젖어들어 있기도 합니다.
가슴 간질이는 설렘이 있다가도 ‘바쁜 애 불러다 놓고 또 안 죽으면 어쩌니’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서글픔을, ‘바람이라면 어젯밤에 너에게 날아가 보았을 거야’ 하는 아쉬움과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기구할 수도 있는 한 인물, 혹은 가족사가 사실적이면서도 비극적이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저자 특유의 맑고 순수함이 내포되어 있는 문체 때문일 것입니다.
방황, 좌절, 욕망에서 다시 희망으로 끝맺는 저자는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생은 계속된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인간애를 통해 우리를 한 층 더 성숙하고 성장하게 만들어줍니다.
서문
프롤로그 프란츠 카프카
1부
용띠 해에 용꿈
우리 집
우리 마을
미남이네 집
우리 엄마
주워 온 아이
아버지와 형제들
초등학교
내 친구 양순이
아버지 술주정
큰엄마
친구들
언니들
빛나는 시절
이모
잠적
결혼
시집살이
남편의 결핵
여관 건물
재회
시어머니 와병
아카시아 향기
2부
이사
혼돈
시아버지
셋방살이
바람
가출
사업자금
아파트를 사다
간통 사건
다방 이모
선산
포항언니
아버지
두 번째 결심
흥부자
토고회
교회
친구
월세를 받고 싶어
복부인
엄마는 바람이 되었습니다
보상금
IMF
이혼
3부
날개
포장마차
큰딸 햇님이의 결혼
벚꽃이 만발한 봄날에
우리 똘똘이는요
콩깍지 콩이 여물면
수필가 되다
소설을 쓰다
미완의 작품
에필로그 이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