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핀테크, 그리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화폐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가상화폐는 모두 신용화폐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신용화폐의 근본적인 문제는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금본위제 통화는 금이라는 가치의 기반이 있었지만, 현재의 신용화폐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순전히 신용, 즉 사용자들의 화폐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한다.
만일, 화폐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세계는 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화폐가치가 끝없이 하락하면서 극심한 물가상승이 발생할 것이고, 세계 곳곳에서는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아무리 신용화폐 거래를 편리하게 하는 핀테크가 발달해도, 보안문제가 해결된 온라인 화폐 비트코인이 활성화가 되어도, 그 가치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면 신용화폐나 가상화폐는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실물에 기반을 두는 것이다. 예전 금본위 화폐가 금에 기반을 두었듯이, 실물에 기반을 둔 화폐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금이라는 재화는 한정이 되어 있어, 경제규모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커진 현시점에서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금이 아닌 거래가능한 모든 재화나 서비스가 화폐로 이용된다면 어떨까? 현재 IT기술이라면 모든 상품을 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물교환과 유사한 거래를 온라인에서 구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화폐혁명’은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책이다.
빚을 통해 확장되어 가는 신용화폐시스템... 현재의 화폐체계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내면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채무를 지고 화폐를 받아 이에 다시 이자를 붙여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하는 형태로 화폐를 확산시킨다. 1조원의 화폐를 발행해 시중은행이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을 하면 이 돈을 벌어들인 누군가에 의해 1조원이 저축의 형태로 다시 은행에 돌아오고(물론, 지하경제로 인해 1조원이 다 금융기관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9천억원을 다시 대출형태로 시중에 공급한다.(지급준비율 10%로 가정) 이 돈이 또다시 은행에 돌아오고, 은행은 또, 8천1백억원으로 재차 대출을 제공한다. 이런 방식으로 화폐는 기하급수로 불어나게 되고, 동시에 부채도 같은 규모로 불어난다. 그러나 돈을 무한히 찍지 않는 이상 늘어나는 부채는 한계가 있다. 경제피라미드의 하부에 위치한 서민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부채가 확산되면 화폐를 추가적으로 발행하지 않는 한, 부채팽창은 끝에 도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채확산 초기에 화폐를 확보할 수 있는 금융기관, 대기업, 자산가들은 부채팽창에 의한 경기부양효과로 부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부는 부채고리의 하부에 위치한 서민들의 부가 이전된 결과일 뿐이다. 경제가 충분히 성장할 때는 화폐의 확산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하여,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저성장 시대의 화폐 확산은 결국 경제약자들의 부를 기득권층에게 이전하는 결과를 양산할 뿐이다.
누군가의 부채를 증가시켜가며 확장하는 신용화폐체계는 항상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부채로 인해 재정위기가, 가계부채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채로 인해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가 있었듯이 앞으로도 부채로 인한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특히, 저성장이 장기화된다면 가계나 기업의 소득이 정체될 것이고 채무상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어, 금융위기의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고 빈도도 증가할 것이다. 결국 신용화폐체계는 붕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새로운 화폐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화폐혁명’은 이러한 신용화폐체계의 종말을 경고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프롤로그
2022년 일본 재정위기
Themis
보이지 않는 손 Ⅰ
보이지 않는 손 Ⅱ
Megan David
헤게모니
달러시대의 종언
새로운 질서
[부록] 실물화폐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