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는 대로 가다가 어느 날 멈추라시면 멈추는 것이 사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언제 끝나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여정.
매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하늘을 바라보며 땅을 딛고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굳이 내 시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남의 좋은 작품 읽을 때가 더 행복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첫 번째 시집을 낸 지 11년이 지나고 보니, 가슴속에 고여 있는 생각의 편린들과 여기저기 발표한 작품들을 한 번쯤 가지런히 꿰어 보고 싶기도 했다.
나이 탓일까 일상을 노래하고 싶었고, 내 주변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싶었다. 굵어진 손가락의 마디가 그랬고, 가끔씩 아파오는 무릎의 안쓰러움이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름살과 흰 머리 도, 이승과 저승과의 갈림도 아름다웠다.
이 모든 것들의 유한함이, 그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잘한 일상의 소중함에 가끔 목이 메곤 했다.
특히 사람과의 따스한 인연이 그랬다.
이런 걸 모아서 이름을 붙였다.
《옷이 자랐다》라고.
언젠가 나도 옷이 자라면 옷 속에 숨으리라.
우리 모두도 그러하리라.
그때까지 사랑하며, 사랑을 노래하며 살고 싶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가운데도 서문을 써 주신 나의 스승 시천(柴川) 유성규(柳聖圭) 박사님과, 불편하신 손목에 붕대를 감고 평설을 써 주신 우석(隅石) 김봉군(金奉郡) 교수님께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저자의 말 중에서
ㄱ
가을 숲에서
가장家長의 구두
갈대와 강물
갈 치
겨울 숲
겨울 심서心緖
고 백
고요에 대하여
구 도構圖
기억 저편
ㄴ, ㄷ
낙 엽
너, 그렇게 소리로 오고
노년, 그 아득함에 대하여 1
노년, 그 아득함에 대하여 2
노년, 그 아득함에 대하여 3
노래방에서
돌[石] 꽃
ㅁ
마침표
메주꽃
무슨 꽃이 피려나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묵墨
ㅂ
바람꽃
변 용變容
보 리
보시기에 좋았더라
봄 날
봄날 연서
봄비 온 뒤
분꽃이 핀다
빨래가 되고 싶다
ㅅ
산다는 건 2
3월 모일某日
상황 종료
생 각
생강꽃과 초승달
섣달 그믐밤
손 톱
信잇 그츠리잇가
심 상心象
ㅇ
안 부
5월의 숲
옷이 자랐다
음 신音信
이 력履歷
이삿짐을 싸다가
이상한 증세
이제야 보이네
이합離合의 둘레
인사동 연가戀歌
일기를 찢다
입동 즈음
입춘이 왔다갔네
ㅈ, ㅊ, ㅍ, ㅎ
작 별
친구 이야기
파 도
한 계
호야의 일생
혹은 가고 혹은 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