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처참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린 남자 인호,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뮤지컬 배우 연희….
인연이 닿을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그들의 서글픈 사랑 이야기. 『전쟁, 뮤지컬 그리고 사랑』
‘오늘만큼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음에 감사하고 싶었는데…, 오늘만큼은 평온함을 지켜 내고 싶었는데….’
생사의 고비에서 혼자만 도망친 듯 형체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인호였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덮친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그를 삶의 진정성으로부터 소외시켜 버렸었다. 동료들을 뺏어간 실체들에 대한 복수도 이제는 덧없는 공허함일 뿐이었다. 삶은 그의 내면을 침탈해 버렸고 회복할 수 없는 영겁의 나락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여전히 인호는 자신만의 비밀을 지켜 내기 위해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보듬기 위한 그만의 가련한 몸부림이었다. 어떤 말로도 위로될 수 없는 비통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호는 잠든 연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본문 중
베란다를 열어젖히자 철썩이는 파도의 웅성거림이 방 안 가득 밀려들었다. 수평선 너머에는 일련의 배들이 흐느적거리며 버둥댔고, 소담한 하얀 쪽빛 등불이 그 잔명을 선도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휘황한 불빛 하나가 청명한 바다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것은 갈 길 바쁜 나그네의 귀향길을 밝히는 처연한 등대의 몸부림이었다.
두 사람의 앞길에 어떤 빛이 비추일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연모(戀慕)의 심장을 지켜 줄 구원의 빛이라면 족할 듯했다.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간절히 소망했다. 사랑을 지켜낼 힘을 달라고... 그러나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길, 기도하고 있었다.
-본문 중
목차
1부
1. 그해 봄
2. 오사카로 떠나다
3. 히로시마, 나가사키 그리고 교토
4. 사랑의 시작
5. 도쿄, 그리고 다시 교토로
6. 재회
7. 연희와 마리아
8. 교토의 사랑
9. 이별
2부
1. 5년 전, 서울
2. 새로운 출발
3. 그를 처음 만나던 날
4. 요코하마로 돌아오다
5. 인호라는 사람
6. 인호 노엘
7. 고향 앞으로
8. 아! 어머니
9. 그를 찾아서
10. 등대와 바다
11. 그 어딘가에 있을 그리움
12. 마지막 인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