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랑은’, ‘어쩌면 그래, 사랑은’, ‘말하지 그랬어’에 이은 박길안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박길안 시인은 꽃도 잃고 열매도 잃고 잎까지 다 떨어뜨려도 다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떨켜 같은 사랑에서부터 생을 다할 때까지 서로를 보듬고 책임지는 코이노니아적 사랑까지, 우리 삶의 영원한 숙명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만나 보기 바란다.
그냥
내 곁에 머물러주셔요
그냥
함께하는 것으로 눈맞춤해주셔요
그냥
같이, 라는 그 이름이면
나는 행복할 수 있어요
변함없는 그 사랑으로
천 일의 앤처럼
천 일만 향기로 피울까요
천 일만 향기로 속삭일까요
- ‘천일홍’
떨켜
2월
초짜인생
봄아 부탁해
벚꽃이 진다
5월이 오면
나, 살아남아
코로나19
남편이 죽었어요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6월에는
그날
내 하나뿐인 누이
귀촌
그리워
용서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가시버시
그대 앞에선
갈대
파킨슨병
천일홍
계절이 깊어가네
그래도 여자
7월이면
그대 평안하뇨
나 여기 있어
상처 입은 도시에 비가 내린다
창밖이 보여
어느새 가을이 왔다
아침
동창
딱 좋은 날
동화추모공원
너무 보고 싶다
망월동에서
계약만료
그렇게
그 집엔
지금은 전시 중
고소공포
루게릭병
서울은
옛날 찻집
가족
가을 넋두리
우편함
희망
참전용사의 집
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