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계엄의 기원
저자 : 김정은
분류 : 정치·사회
발간일 : 2025-04-14
정가 : 15,900원
ISBN : 979-11-392-2529-7
광장에서, ‘혼돈과 무질서를 즉시 종식하라’는 아우성, 그리고 ‘이를 방치하고 방조하라’는 아우성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페스트가 공동체를 잠식해 나가는 아비규환 속에서조차 헌법재판소는 문이 굳게 닫힌 성채처럼 고요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어제 든 샴페인 잔을 오늘도 들면서 자기들만의 축제, 파티를 즐기는 지독한 불감증Insensitivity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의 ‘감각 상실’은 종식시키는 장소, 차단을 명령하는 장소로서의 헌법재판소를 타락한 무도회장으로 전락시킨다. 우리는 왜 그릇된 멘탈리티, 거짓말쟁이, 사기꾼, 사악함에 열광하고 이에 투표할까? 우리는 질서가 수호되길 원하는가, 혼돈과 무질서를 원하는가? 어리석은 군중과 일군의 선동가들, 나쁜 정치인들은 언제든 괴물을 만들어 낼 의지와 충동에 이끌리고 이를 선동한다. 주술과 무속, 이기심과 탐욕은 바이러스처럼 우리 주변에 잠복해 있으면서 상시 바벨탑을 쌓도록 부추긴다. 계엄은 자기 결정으로는 결코 사죄할 수 없는 자, 방조자들, 관계 맺고 열매 맺는 능력을 상실한 자들이 만들어 낸 파국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증오뿐인 이는 ‘정치 불능자’다. 편집성 성격장애, 확증 편향, 피해망상, 수치심에 사로잡힌 자는 ‘공존 불능자’, ‘협력 불능자’다. 이들은 공동체가 머무는 집을 ‘정치 없는’ 장소, ‘권력 없는’ 장소로 만든다. 이들은 마침내 폐허, 사막, 공동묘지를 구축하려 드는 허깨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