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인간 사이 3
저자 : 박정인
분류 : 문학
발간일 : 2026-01-15
정가 : 18,000원
ISBN : 979-11-392-3034-5
법은 인간을 보호하고 질서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역사의 수많은 장면에서 보듯, 권력의 변덕과 정치의 파고 앞에서 법은 때때로 너무도 연약한 장벽에 불과하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할 때, 인간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장치를 마련해 왔다. 제나라의 맹상군과 그를 보필한 풍훤의 이야기, ‘교토삼굴’은 이러한 인간사의 지혜를 잘 보여준다. 풍훤은 설읍 백성들이 맹상군에게 진 빚을 모두 없애 버렸다. 표면적으로는 문서 파기라는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그로 인해 백성들의 마음속에 맹상군이라는 굳건한 성이 세워졌다. 왕의 변덕으로 파면되어 쫓겨났을 때, 맹상군을 지켜 준 것은 법적 권리가 아니라 민심의 보호였다. 풍훤은 또한 타국의 왕에게 맹상군의 덕을 알려, 그가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읍에 종묘를 세우게 하여 맹상군의 기반을 법적·제도적으로 굳혀 주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담이 아니다. 아무리 정교한 법체계 속에 살아도 인간은 관계와 신뢰 그리고 민심이라는 법 바깥의 자산을 통해 스스로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법은 인간의 도구이지만, 인간사는 법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맹상군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법적 지위가 아니라 사람을 얻은 덕분이었다. 권력의 세계에서 법은 때때로 무력하다. 그러나 신뢰와 은혜는 법보다 더 굳은 방패가 되어 준다. 우리가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갈등, 위기, 그리고 생존의 문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는 필요하지만, 그것에만 기대서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인간을 지켜 주는 진정한 힘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관계의 지속, 공동체의 기억 속에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법과 인간의 관계, 제도와 민심의 균형, 공권력과 생존 전략의 교차점을 살핀다. 법이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아 왔는가. 때로는 법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이 왜 공동체의 지속을 가능하게 했는가. 맹상군의 삼굴은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법적 현실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법은 질서를 세우지만, 인간사는 끊임없이 세 개의 굴을 파며 자신을 지켜왔다.그 속에서 우리는 법을 넘어 인간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법과 인간 사이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 나고 법 난 것이지 법 나고 인간 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