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몰랐던, 심지어 역사학계마저 몰랐던 경복궁 건물의 일본으로의 이건 사건. 저자 김성연은 강제 이건된 우리의 건물을 되찾기 위해 직접 두 발로 걷고 뛰며 진실을 추척해 나간다. 먼지 쌓이고 거미줄 가득한 ‘고메쿠라’에서 저자는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우리나라의 거대한 현판을 마주한다. ‘璿源殿(선원전)’. 분명 ‘선원전’이라고 적혀 있다. 그 누구도 이 진실에 가까워진 적 없었다. 그러나 숱한 세월 동안 그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았을 때에도 선원전은 거기 있었다. 이제 새로운 역사는 쓰일 준비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듯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것이다. 조각난 역사, 사라진 역사, 지워진 역사. 그렇게 안개 속에 뿌옇게 가려졌던 역사의 한 줄기가 드러난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더 강렬하다. “시야가 흐려”지고, “심장이 미치게 뛰는”,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엄청난 감정에 압도당할 것이다.
이 책은 비단 강제 이건된 ‘璿源殿(선원전)’ 현판만을 쫓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테라우치 총독’의 그림자를 추적한다. 테라우치는 경복궁의 건물 하나를 은밀히 이건해 ‘조선관’이라 이름 붙인다. 그는 굉장히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으로 유명한 인물인데 그런 그가 왜 ‘조선관’은 물론 ‘선원전’의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던 것일까? 바로 그 지점에서 저자의 궁금증은 시작된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
기존의 연구와 자료들 그리고 저자의 테라우치 추적을 쫓아가다 보면 조선 제1대 총독 테라우치 마사다케가 조선에 대해 가졌던 놀라울 정도의 집착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테라우치의 무엇이 조선에 대한 애정 이상의 ‘집착’을 만들어 낸 것일까. 또 선원전이 무엇이길래 테라우치는 콕 집어 경복궁의 많고 많은 건물 중 선원전을 선택했을까.
선원전은 ‘왕실의 유구한 뿌리’, 선대왕들의 넋을 기리는 곳이다. 저자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이어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심하던 테라우치에게 ‘선원전’이란 궁궐이 그가 이건하기에 가장 적합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역사마저 속인 이 사건은, ‘식민 지배’를 넘어서는 진실을 숨기고 있다. 저자는 현판의 실체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테라우치의 은밀한 비밀의 한 자락을 함께 펼치며 우리를 그 시대의 그의 얼굴 앞으로 데려간다.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 속으로 몸을 던졌고 지워진 역사를 발굴했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불러 주지 않았던 선원전의 이름을 저자는 찾아냈다.
우리의 넋은 오랜 세월 어둡고 뿌연 곳에서 저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역사책은 다시 쓰일 때가 되었다.
간문
1장 겨울, 야마구치에 조선관이 있었다
1 2016년 1월, 구루시마 다케히코의 평전
2 옮겨진 걸음, 야마구치로 가다
3 테라우치 총독이 왜? 조선관은 또 뭐지?
4 빈터, 그리고 테라우치 문고
2장 봄, 다시 야마구치로
1 자료를 찾자, 조선관을 찾아 보자
2 보였는데 사라졌다
3 진도 7의 지진이 왔다
4 자연재해? 그래 건설회사다!
5 100개의 회사, 천 번의 ‘모시모시’
6 기적은 정말 기적처럼 왔다
3장 여름, 드러낸 얼굴 선원전 현판
1 94세의 할머니 미짱
2 사비에루 공원 근처, 그 집
3 창고 위, 거기 있었다
4 다시 보고 싶다, 이어진 야마구치행
4장 가을에서 다시 겨울, 마지막 눈인사
1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2 현판을 숨겨라!
3 일상과 야마구치의 반복
4 테라우치를 알아보자
5장 선원전을 훔친 테라우치 마사타케
1 테라우치 마사타케, 그는 누구인가
2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 빌리켄 테라우치
3 1915년 조선 물산 공진회, 뜯기는 경복궁
4 조선의 정궁 경복궁, 그 역사의 아이러니
5 “뭐가 축하할 일이야” 테라우치 내각 출범
6장 선원전을 옮겨라
1 오쿠라의 자선당과 테라우치의 선원전
2 이름 없는 조선관, 숨기려고 했던 테라우치
3 왜 선원전이었을까?
4 기록 속의 선원전
5 65년 만에 찾은 이름, 경복궁 선원전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