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민망하고 죄송한 적이 없었다. 20여 년 전 목회자의 길을 포기한 나로서는, 내가 지금 목사라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돌이킬 수 없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많은 선·후배와 친구들이 현장에 있기에 교회나 목사를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입장에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유행한 개그 문구를 차용하여 “교회가 교회다워야지 교회지”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 미국의 한 교회 앞에서 흑인 여인이 슬피 울길래 왜 우느냐고 물으니 교회에 들어갈 수 없어서 그런다고 했다. 그때 그 질문을 한 사람이 “나도 들어갈 수 없단다” 하시는데 다시 보니 그분이 예수님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수님 없는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을까? 아니 교회일까? 현재 회자되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그 교회는 예수님과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가 전부 그렇지 않다. 아니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은 동조다. 그렇기에 나의 부끄러움과 민망함과 죄송함에 그 대부분의 교회와 목사는 책임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전도사 시절,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만들어 둔 성경 퍼즐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엮어 책이 되었다. 솔직히 어떤 의미로 출간을 하냐고 묻는다면 “아까워서”라고 답할 것 같다. 예전 시절도 생각이 나고 해서―.
모쪼록 먼지 쌓인 성경을 꺼내서 뒤적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