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과 최순실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 <붉은 여왕2 해치의 복수>를 출간하였다. 지난 책에서 최순실 사건을 요한계시록 속 붉은 여왕에 맞춰 풀어 갔다면 이번에 출간한 책은 더욱 포괄적인 구조로 진보한 요한계시록 이야기다.
사실 시간이 흘러 아무렇지 않게 된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들을 또다시 꺼내 들면서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요한계시록 이야기가 가진 한계의 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며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것은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만 간절히 바라던 에버레스트 산 정상에 결국에는 오르는 일과 비슷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멀리 있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다. 에베레스트 산 정상은 오르고 싶은 바람만 가지고 올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등반하던 중간에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위험스러운 일이고 하늘이 허락한 기상 여건이 충족되어야 수 주간의 기다림과 노력 끝에 목표지점을 밟은 다음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
이번 이야기도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특수한 상황과 허락된 시기에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는 시기와 방법을 작가가 알고 있다면 그러한 작업을 포기하거나 마다할 이유는 없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누구도 닿아 보지 못한 곳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지켜볼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가만히 집에 있어봐야 우울한 기분만 들게 될 것이다. 결국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과정 속에 나타난 힘겨움과 쌓였던 피로는 보람찬 기분으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므로 시리즈 2권 해치의 복수를 통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한계의 순간까지 도달한 그 느낌은 마음만 먹으면 집 근처 혹은 원하는 산 정상 어디에라도 도전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과는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건과 시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믿을 수 없는 국정 농단을 일으키며 세상을 놀라게 한 최순실 사건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또한 최순실의 정체를 세상에 드러나도록 한 딸 정유라의 존재와 세월호 침몰 사고도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 개인이 직접 겪은 대구 교회 사건을 통해 과거에 목격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여기까지 끌고 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보다 더 멀리까지 바라본다면 가수 싸이의 장인으로 알려진 사람이 1970년대 장막 성전이라는 지옥의 문을 미리 열어 놓았어야 신천지 교회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말춤을 유행시키며 전세계를 강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든지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 설치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상징하는 동상이 세워진 이유 또한 어림잡아 생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건과 시간들을 거쳐 와야지만 바라볼 수 있는 현재의 위치인 것이지 아무 때나 오를 수 있는 집 부근 산 정상에 올라 느끼는 한계의 순간이 아니다. 작가가 스스로 겪은 과거의 사건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오랜 시간을 버틴 결과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올라서게 되었을 때와 같은 한계에 다다른 순간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푸른 바다 속으로 침몰한 세월호 사고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대신 덜어주거나 사라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ROLOGUE
1장 세월호 침몰
2장 트라우마
3장 재난과 숫자
4장 빛과 회복
5장 심판, 해치의 복수
6장 전쟁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