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주역 64괘를 철저히 원작자의 본래 의도에 비추어 탐구한 결과물이다. 난해한 역경의 괘사와 효사를 3천 년을 뛰어넘어 종래의 해석과 전혀 다른 접근으로 신선하게 풀어냈다. 그 예로, 乾건괘는 영웅의 일생이 아닌 큰비가 내린 상황을, 謙겸괘는 겸손이 아니라 군자의 장례의식을, 旅여괘는 여행자가 아니라 군대의 훈련을 기록한 것으로 새로이 밝혀 매끄럽게 해석했다.
주역을 연구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역경의 어의와 문맥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여 원작자의 의도를 탐구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작업이 될 것이다. 필자는 주역에 가해진 두꺼운 화장과 덧칠을 걷어내고 3천 년 전 원작자가 처음 남기고자 한 의도를 탐구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필자는 “乾건괘는 영웅의 일생이 아닌 큰비가 내린 상황을, 謙겸괘는 겸손과 거리가 먼 군자의 장례의식을 기록했다. 益익괘는 수도를 옮길 계획과 기원을, 渙환괘는 수도를 옮겨가는 생생한 모습을 기록했다. 睽규괘와 艮간괘는 죄인을 잡아들여 형벌에 처하는 기록이다”라고 말한다. 주역에 관한 우리의 기존 지식과는 전혀 다르다. 필자는 바로 지금이 주역의 본모습과 민낯을 바라볼 때라고 강조한다.
주역이 점친 기록이고 점치는 책이긴 하나, 그 이전에 주나라 초기의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고 소박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역이 우주의 원리를 설파했다는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잘 알게 될 것이다.
이섭대천이 큰 내를 건너야 이롭다는 도전정신을 강조한 주역의 위대한 교훈이라는 말도 멈추어 두자. 제후국을 다스리기 위해 봉건제도를 통치체제로 삼은 주나라 초기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에 쓰여진 주역이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은 표현 그대로 이른바 ‘주역의 저급한 현대화’이다.
인문학의 본령은 무엇인가? 고전에서 섣불리 처세의 교훈을 얻으려는 태도를 접어 두고, 시원의 기록을 따라 주역 원작자의 진정한 의도를 탐구해 보자.
上經상경
1. 乾건 - 큰비가 내려 군자가 홍수를 근심하다
2. 坤곤 - 허물이 없고 자랑할 일도 없다
3. 屯준 - 혼인예식 행렬이 이별하여 떠나가다
4. 蒙몽 - 어린 왕이 나라를 다스리다
5. 需수 - 수도를 옮길 후보지를 물색하다
6. 訟송 - 나라를 다스림에 뚜렷한 성취가 없다
7. 師사 - 군대가 출정하여 전사자가 발생하다
8. 比비 - 여러 제후국을 잘 다스리다
9. 小畜소축 - 귀부인이 수레를 타고 지나가다
10. 履이 - 종이호랑이의 꼬리를 밟다
11. 泰태 -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12. 否비 - 순조로이 군자를 보필하며 나랏일을 하다
13. 同人동인 - 군사훈련을 마치고 입성을 준비하다
14. 大有대유 - 먼 길을 가서 천자께 제사 지내다
15. 謙겸 - 군자가 돌아가시니 장례의식을 거행하다
16. 豫예 - 즐겁기만 바란다면 오래도록 후회할 것이다
17. 隨수 - 죄인을 붙잡아 감옥에 가두다
18. 蠱고 - 아버지의 부정한 과오를 바로잡다
19. 臨임 - 지극히 임해야 허물이 없으리라
20. 觀관 - 여러 제후국이 예물을 바치며 조회하러 오다
21. 噬嗑서합 - 죄인에게 참혹한 형벌을 집행하다
22. 賁비 - 신부는 아름답고 신랑은 흠치르르하다
23. 剝박 - 띠집을 두드려 지붕을 이다
24. 復복 - 7일째에 다시 돌아오다
25. 无妄무망 - 밭을 갈지 않으면 수확하지 못한다
26. 大畜대축 - 말과 소, 돼지를 키우다
27. 頤이 - 걸출한 관상가가 출현하다
28. 大過대과 - 용마루가 위로 솟아야 길하다
29. 坎감 - 감옥 속의 감옥으로 또 들어가다
30. 離이 - 황혼에 장군을 두드리며 노래하다
下經하경
31. 咸함 - 남녀가 사랑하다
32. 恆항 - 부인의 덕을 한결같이 지키다
33. 遯둔 - 돼지가 경사스럽게 무럭무럭 자라다
34. 大壯대장 - 물러날 수 없고 나아갈 수도 없다
35. 晉진 - 말에 올라 성읍을 정벌하다
36. 明夷명이 - 겨울 사냥을 나가 괴수를 사로잡다
37. 家人가인 - 부유한 식읍이니 크게 길하다
38. 睽규 - 말 도둑을 잡아 코를 베는 형벌에 처하다
39. 蹇건 - 어렵게 가서 자랑스럽게 돌아오다
40. 解해 - 사냥을 나가 많은 짐승을 잡아 와 풀어놓다
41. 損손 - 이미 지난 일은 빨리 지나가게 하라
42. 益익 - 순조로이 이나라 수도를 옮겨야 한다
43. 夬쾌 - 전쟁 상황이 급박하여 군자가 친히 군대를 지휘하다
44. 姤후 - 소박한 예물로 혼인예식을 올리다
45. 萃췌 - 은나라 유민이 주나라 백성으로 동화하다
46. 升승 - 왕이 제물을 올려 기산에 제사 지내다
47. 困곤 - 불안하고 위태로워 후회하며 괴로워하다
48. 井정 - 성읍을 건설하고 우물을 완공하다
49. 革혁 - 황소 가죽으로 단단히 묶다
50. 鼎정 - 옥으로 만든 솥귀고리가 크게 길하다
51. 震진 - 우렛소리가 두려워도 웃으며 이야기하다
52. 艮간 - 죄인을 뒤쫓아 마침내 붙잡다
53. 漸점 - 큰기러기가 육지로 날아가다
54. 歸妹귀매 - 광주리에 과일이 없고 양을 잡았으나 고기가 없다
55. 豐풍 - 대낮에 개기일식이 일어나다
56. 旅여 - 군대가 주둔하며 민폐를 끼치다
57. 巽손 - 나아갈 것인가 물러설 것인가
58. 兌태 - 서로 화합하여 기뻐하다
59. 渙환 - 순조로이 수도를 옮기다
60. 節절 - 편안하고 즐겁게 절제하니 길하다
61. 中孚중부 - 벗과 함께 밤새 즐기다
62. 小過소과 - 군자가 부족하면 신하가 옳아야 한다
63. 旣濟기제 - 강을 건너며 수레가 물에 젖다
64. 未濟미제 -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하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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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서적